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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소식

소아 갑상샘암 환자 200배↑... "난 아직 코피 흘린다"

관리자 | 조회 1143 | 2015.09.04 18:40

[공포의 후쿠시마, 그 후 4년]

3월 11일은 후쿠시마에서 원전 사고 일어난 지 4년이 되는 날이다. 하지만 공포는 계속되고 있다. 아직도 끝나지 않는 상처의 현장을 고발하고, 국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원전 연장-폐쇄 문제를 되짚어보면서 대안을 제시한다. 이 기획은 환경운동연합과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이 공동으로 진행한다. 첫 기사는 김익중 동국대 의대 교수(원자력안전위원회 비상임 위원)가 보내왔다. [편집자말]

[10만인리포트-공포의 후쿠시마, 그 후 4년①] 김익중 동국대 의대 교수

▲ 후쿠시마역에서의 방사능 츶정 ⓒ 김익중
▲ 후쿠시마역에서의 방사능 츶정 ⓒ 김익중

믿기지 않는 방사능 수치

핵사고가 발생한 지 4년이 됐지만 좀처럼 후쿠시마를 갈 기회가 없었다. 그러다가 이번에 기회를 잡았다. 지난 8일 후쿠시마 공동 진료소가 중심이 되어 주최한 피폭 의료 심포지엄에 발표자로 초청받은 것이다.

후쿠시마 역에 도착하자마자 측정한 공간 방사능 수치는 시간당 0.18마이크로시버트. 한국에서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수치다. 진료소로 향하면서 논과 밭이 있는 곳에서 측정했더니 시간당 0.25 마이크로시버트가 나온다.

아스팔트로 막힌 지역에서는 4년간 씻겨나가서 공간 방사능이 적었지만, 흙이 있는 지역은 제염(방사성 물질을 제거하는 것)을 했다고 하는데도 도심보다 50% 정도 증가했다. 내 측정기로 이 정도의 수치가 나온다는 것은 공간 방사능량이 한국의 3배 정도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핵사고를 실감하는 순간이다. 제염하지 않은 지역을 측정하고 싶었지만, 시간이 부족했다. 참고로 후쿠시마 시는 사고 원전에서 직선거리로 약 60km 정도 떨어진 곳이다.

핵사고 이후 일본 정부와 후쿠시마 현립 의과대학은 핵사고로 인한 방사능 피해는 없으며, 소아 갑상샘암 발생은 인정하면서도 이것이 방사능 피폭과는 무관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조사된 36만 7686명의 18세 이하 어린이 중 갑상샘암 환자는 의심 환자 포함 117명(87명 확정)이다.

원래 소아 갑상샘암은 매우 드문 질병이며, 100만 명 중 1명 정도라고 관련 교과서에 나와 있다. 그렇다면 200배 이상 증가한 소아 갑상샘암 환자 발생률을 방사능 피폭 말고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이러한 정부의 황당한 주장에 반대하고 민간 주도의 방사능 피폭 건강 영향을 조사하기 위해, 그리고 왜곡된 피폭 의료 현실에 저항하기 위해 뜻있는 의사들과 시민이 모금에 동참해 2012년 12월 1일 문을 연 것이 바로 후쿠시마 공동 진료소다.

공립병원 부원장을 역임했던 내과의사 후세 사치히코 원장이 상근하고, 다른 의사 4명도 번갈아가면서 진료를 담당하는 소규모 병원이다. 갑상샘암과 유방암 등 방사선 노출 후 잘 발생하는 암을 진단하면서 피폭자인 주민의 다른 건강 영향도 살피고 있다. 이 진료소가 문을 연 지 2년 만에 피폭 영향에 관한 심포지엄을 연 것이다.

전국에서 모인 관심 있는 의사들과 지역 주민 200명 이상이 참여한 의미 있는 심포지엄이었다. 발표자는 나를 포함한 4명의 의사들이었고, 발표 내용은 방사능 피폭의 건강 영향에 관한 것들이었다. 이번 심포지엄은 특이하게도 발표 시간과 맞먹는 정도의 질의응답 시간을 할애해 참가한 주민과 의사들의 의견을 청취하기에도 좋은 기회였다.

일본 정부의 거짓말

▲ 이도가와 전 정장 ⓒ 김익중
▲ 이도가와 전 정장 ⓒ 김익중

 

나는 교과서에 나와 있는 의학적 사실들에 의존해 발표했다. 사실 평소 국내에서 하던 탈핵 강의의 일부를 강의한 것이라서 그리 전문적인 내용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피폭량과 암 발생은 정비례한다는 것. 기준치는 안전 기준치가 아니며 관리 기준치라는 것, 세슘을 이용한 피폭량 계산은 틀렸다는 것을 설명했다.

또한 한국의 원전 주변 지역 역학 조사 결과와 관련한 갑상샘암 소송에 관한 내용을 발표했다. 의사들과 기자들은 특히 역학 조사 결과에 관한 질문을 많이 했고, 지역 주민은 교과서에 나와 있는 피폭량과 기준치에 관한 내용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질문을 통해 일본에서는 아직도 "기준치 이하라서 안전하다"는 정부의 거짓말이 일반 국민에게 먹혀들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는데, 정말 큰 문제라고 나는 생각한다.

심포지엄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은 후쿠시마 현 후타바 정의 이도가와 가쓰타카 전임 정장의 발언이다. 이 분은 핵사고 당시 정장으로, 사고 당시 주민을 모두 피난시킨 후 본인은 마지막으로 피난한 것으로 유명하다. 만화 <맛의 달인>에 나오는 피폭 후 코피 흘리는 장면을 두고 논란이 일었을 때 본인이 직접 피폭을 당했으며 지금도 매일 코피를 흘리고 있다고 발언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심포지엄 직후 연 교류회에서 이도가와 전 정장은 사고 당시 원전 회사와 정부가 방사능이 어느 쪽으로 퍼지고 있는지 예측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서 정장이었던 본인이 주민들을 방사능 오염이 더 심한 곳으로 피신을 시켰다며 정부에 대한 원망과 자신에 대한 책망을 솔직하게 드러냈다. 지자체장 신분에도 불구하고 정부를 비판하면서 피난지역을 넓혀야 한다는 등 피폭량을 줄이기 위한 여러 정책을 제안하며 정부와 갈등을 지속했던 사정을 설명했다.

이도가와 전 정장이 이번 심포지엄을 통해 '기준치 이하의 피폭도 위험하다'는 본인의 신념이 옳았음을 확신하게 됐다고 말했을 때 나는 이 분이 그동안 겪었을 심적인 고통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그토록 신뢰하고 평생을 봉사했던 정부가 본인이 몸으로 느끼고 있는 방사능 피폭의 영향을 인정하지 않는 상황을 견뎌내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산처럼 쌓인 오염토

▲ 산처럼 쌓인 오염토 ⓒ 김익중
▲ 산처럼 쌓인 오염토 ⓒ 김익중

 

심포지엄 전 나는 약간의 시간을 내서 오염토를 모아둔 지역을 방문했다. 후쿠시마 시의 세무서 바로 앞에 있는 넓은 공터였다. 1톤짜리 까만 부대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 가져간 방사능 측정기를 그쪽으로 향하게하니 곧바로 수치가 올라간다. 이러한 오염토를 많은 사람이 오가고 근무하는 세무서 바로 앞에 쌓아두다니… 충격적인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더불어 지금도 피난 생활을 하는 사람들 중 3만 명이 살고 있다는 가설 주택 중 한 곳을 방문했다. 10평 정도 되는 공간에 임시로 지은 주택은 처음에 1년만 사용할 계획이었기 때문에 정말 허술했다. 추위와 더위를 피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설이었다. 1년만 사용할 계획이었던 가설 주택은 4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사람이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곳에서 만난 피난민 한 분은 본인이 후쿠시마 핵발전소 바로 북쪽에 있는 나미에 정에서 농사짓던 사람이라면서 4년 동안 다섯 차례나 거처를 옮겨 다녔다고 말했다. 가족이 같이 살 수 없는 상황이라서 가설 주택에 사는 사람 중에는 혼자 사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그는 이들 중 고독사(혼자 사망한 후 한참 지나서 사망 사실이 알려지는)가 많다고 말했다.

땅이 오염돼 집에 돌아갈 수도 없고, 핵사고 영향으로 지역 경제가 좋지 않아서 일자리 구하는 것도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상황이라고 했다. 정부가 주는 월 10만 엔의 돈으로 전기 요금 등을 내면서 살아가는 것이 정말 고통스럽지만, 그나마 이 정도의 정부 지원금도 1년 정도 후에는 끊길 것이라고 전했다.

4년 동안 비워둔 집에선...

▲ 가설주택 모습 ⓒ 김익중
▲ 가설주택 모습 ⓒ 김익중

 

4년간 비워둔 집은 쥐와 야생 동물 천지가 됐고, 방사능 오염도 여전해서 다시 들어가서 살 형편이 안 되지만 제염이 끝나는 대로 정부가 피난 지시 해제 지역으로 결정하면 월 10만 엔의 지원금도 없어지고 집으로 귀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이야기를 하는 도중 컵라면을 여러 개 사서 가설 주택으로 들어가는 다른 주민을 볼 수 있었다. 컵라면을 자주 사 먹어야 하는 상황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도쿄의 하네다 공항에 설치된 후쿠시마 부흥 정책 홍보물들을 보면서 후쿠시마 부흥 정책의 의도를 생각해보게 됐다. 부흥 정책은 오염된 지역을 제염으로 줄이고, 제염된 지역에 지역민을 돌려보내는 것이 목표다. 3년간 금지했던 후쿠시마산 쌀의 출하를 허용하고, 후쿠시마를 관광 명소로 만들겠다는 등 경제적 부흥을 꿈꾸는 정책이다.

그러나 이 정책은 모조리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국민의 피폭량을 증가시키는 정책들이다. 일본의 피폭량 기준치는 대부분 국가의 기준치인 연간 1밀리시버트의 20배다. 이 기준치 이상 오염된 지역 주민에 대한 대책을 정부가 세워야 하는 것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기준치가 높을수록 세금 지출 부담이 줄어들고 기준치가 낮을수록 이 부담은 증가한다. 기준치 이하로 오염된 지역은 피난 지시 해제 구역이 되어 주민들을 집으로 돌아가게 하거나, 아니면 정부의 지원금 없이 다른 곳에서 살 방도를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기준치가 높을수록 국민의 피폭량은 증가하고 기준치가 낮을수록 피폭량은 줄어든다.

후쿠시마 부흥 정책의 진실

후쿠시마 부흥 정책의 명분은 주민의 고통을 덜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해서 핵사고의 아픔으로부터 빨리 회복하겠다는 것이지만, 실제는 핵사고 후속 조치를 해야 하는 정부의 지출을 줄이기 위한 정책이 아닌가 의심된다. 피난해야만 하는 주민이 많을수록 정부의 지출은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부흥 정책을 자세히 살펴보면 이렇게 정부의 책임은 줄이고 국민의 피폭량을 늘리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때문에 의식 있는 일본인들은 이 정책을 기민 정책(국민을 버리는 정책)이라고 부르고 있다. 이것이 바로 이번 심포지엄에서 내가 후쿠시마 부흥 정책을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했을 때 큰 박수 소리가 나왔던 이유다.

▲ 후쿠시마 공동진료소 ⓒ 김익중
▲ 후쿠시마 공동진료소 ⓒ 김익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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